미국서 부정투표 '만연' 주장한 트럼프…실제 사례는 극히 드물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편투표와 비시민권자 투표에서 부정행위가 만연하다고 주장해 왔다
    • 기자, 제이크 호튼
    • 기자, BBC Ver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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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표 부정행위를 신고해 유죄 판결로 이어질 경우 100만 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와 비시민권자 투표에서 부정행위가 "횡행한다"고 주장하며 선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 실제 투표 부정행위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BBC 검증팀이 관련 증거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선거제도 변경안을 살펴봤다.

트럼프는 우편투표 제도를 어떻게 바꾸려 했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광범위한 부정선거로 이어진다고 수년간 근거 없이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도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원들에게 우편투표를 독려했다. 자신도 과거 우편으로 투표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애·질병, 군 복무, 여행 등 명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우편투표를 허용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별도 사유 없이도 우편투표가 가능하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는 약 4800만 명이 우편으로 투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행정명령에 서명해 미국 우정청(USPS)이 연방기관에서 작성한 시민권자 명부에 오른 유권자의 우편투표용지만 배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각 주가 동일한 규격의 우편투표 봉투를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정청의 새 규정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한 하급심 결정을 유지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선거 관리 당국이 제도 변경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번 선거에 새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자의적이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규정의 적법성을 다시 판단할 여지는 남아 있다.

미국은 주별로 우편투표 검증 규정이 다르다. 하지만 모든 주가 투표용지의 유권자 정보를 등록 기록과 대조하며, 대부분은 서명 대조 작업도 병행한다.

우편투표 부정선거, 증거는?

미국의 여러 선거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우편투표와 관련된 부정행위는 극히 드물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2016년, 2018년, 2020년, 2022년 선거를 분석한 결과, 부정행위 사례는 우편투표 1000만 건당 평균 4건이었다.

이 보고서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했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이 자료에는 부정선거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들이 기록돼 있다.

BBC 검증팀이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최근 20년치 기록을 살펴본 결과, 우편투표 부정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총 325건이었다.

미국통계학회(ASA)가 발표한 2020년 연구에서는 모든 적격 유권자에게 우편투표용지를 발송하는 8개 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우편투표가 전반적인 부정선거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오리건주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1억 장 이상의 우편투표용지를 발송했지만, 같은 기간 확인된 부정행위는 40건에 그쳤다.

트럼프는 유권자 신원 확인 규정을 어떻게 바꾸려 했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시민권자의 투표가 만연해 있다고 주장해 왔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이 수백만 명의 이주민을 미국으로 유입시켜 "투표하고, 투표하고, 또 투표하게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선거에서 비시민권자의 투표는 불법이다. 위반 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강제 추방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통과를 추진해 온 선거법안에는 투표 전 정부가 발급한 사진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 서류를 제출하고, 이후에도 시민권 보유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수백만 명의 미국 유권자가 이미 중간선거 사전투표를 마쳤다
사진 설명, 수백만 명의 미국 유권자가 이미 중간선거 사전투표를 마쳤다

비판론자들은 신원 확인 요건이 엄격해지면 여권이나 정부가 발급한 사진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의 투표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선거법률센터(CLC)의 투표권 전문가 조나단 디아즈는 "많은 국가와 달리 미국에는 정부가 발급하는 전국 공통 신분증이 없다"며 "가장 흔한 신분증인 운전면허증도 이민 신분을 증명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다수 미국인이 소지한 신분증만으로는 투표 자격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브레넌 사법센터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투표 연령 시민권자의 약 9%(2130만 명)가 시민권을 증명할 서류를 즉시 제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존의 유권자 신원 확인 강화 조치가 투표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보수 성향 케이토 연구소의 선거 전문가 월터 올슨은 "유권자 신원 확인법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부정선거에 대한 보수 진영의 주장이나 투표권 침해에 대한 진보 진영의 경고 모두 뚜렷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공화당이 집권한 여러 주에서는 유권자 신원 확인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브레넌 사법센터에 따르면, 2024년 대선 이후 제정된 투표 제한 관련 법률 가운데 21건은 신분증 제시나 시민권 증명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시민권자 투표의 증거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거 미국 선거에서 실제로 확인된 비시민권자의 투표 사례는 극히 적었다.

헤리티지재단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5년까지 비시민권자가 불법 투표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총 24건이었다.

2026년 로이터 통신이 연방법원에 제기된 비시민권자 투표 사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 30년간 형사 기소된 사람은 129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73명은 유죄 판결을 받거나 유죄를 인정했다.

대럴 웨스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비시민권자의 투표가 불법이라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억제책"이라며 "이민 신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실제로 투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비시민권자가 대규모로 투표했다는 증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투표했다는 증거는 더더욱 없습니다."

유권자 명부에 등록된 비시민권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각 주가 연방 데이터베이스인 '자격 검증을 위한 체계적 외국인 확인 시스템'을 활용해 비시민권자로 의심되는 유권자를 찾아내고 유권자 명부에서 삭제할 것을 촉구해 왔다.

이 시스템에는 귀화 시민과 과거 연방정부에 접촉한 이력이 있는 비시민권자의 정보가 담겨 있다. 1980년대에 정부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비판론자들은 이 데이터를 유권자 명부 정리에 활용하는 것이 신뢰할 만한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정보가 최신 상태가 아니거나 최근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도 비시민권자로 분류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데이터 활용을 제한했던 조치를 해제했다.

미국의 모든 주는 일정 형태의 우편투표를 허용하고 있으며, 2024년 대선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29%가 우편으로 투표했다
사진 설명, 미국의 모든 주는 일정 형태의 우편투표를 허용하고 있으며, 2024년 대선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29%가 우편으로 투표했다

케이토 연구소의 올슨은 "연방 데이터베이스의 한계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유권자 명부를 갱신하려는 각 주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보 공유를 의무화하는 구상은 긍정적이지만, 데이터에 여전히 오류와 누락이 존재하는데도 각 주가 이를 정확한 정보로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별 주의 SAVE 시스템 활용 여부는 자율이다. 다만 최근 이 시스템을 활용한 주에서도 비시민권자로 의심되는 유권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조지아주가 유권자 명부를 조사한 결과, 지난 30년간 비시민권자로 의심되는 등록 유권자는 총 432명으로 나타났다.

네바다주는 국토안보부가 비시민권자로 지목한 등록 유권자 185명의 명단을 전달받아 조사했지만, 모두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은 뉴저지주 차량관리 당국의 소프트웨어 오류로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 사이 비시민권자 약 6600명이 유권자로 등록된 사례를 지적했다. 뉴저지주 당국은 이 가운데 실제로 투표한 사람은 400명 미만이며, 해당 등록자들은 현재 모두 유권자 명부에서 삭제됐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시민권자가 등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캘리포니아주에 우편투표용지 2만 장을 개표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연방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 명단에 포함된 사람 가운데 28명을 비시민권자로서 불법으로 유권자 등록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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