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잇달아 선거...전 세계에 미칠 파장은

도널드 트럼프와 베냐민네타냐후의 사진
이스라엘과 미국, 잇달아 선거...전 세계에 미칠 파장은
    • 기자, 제임스 란데일
    • 기자, 외교 담당기자
    • Reporting from, 예루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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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주일간 서로 다른 두 대륙에서 각각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나라의 선거 결과는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 일정이 우연히 맞물리면서 약 9600km나 떨어진 두 나라의 유권자 수백만 명은 불과 며칠 간격으로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

먼저 오는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투표소로 향한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미국 유권자들이 새로운 의회를 선출하기 위한 투표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미국 하원의장을 지낸 팁 오닐은 한때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는 말을 남겼지만, 두 나라의 투표함에서 나온 결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이 두 선거는 단순히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는 것을 넘어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이스라엘의 향후 국정 운영 방식은 중동의 정세와 이 지역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선거는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 전쟁들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미래까지 좌우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이 두 나라 사이에는 물리적 연결고리도 있다. 로비 단체인 '공화당 해외지부 이스라엘'는 미국 여권을 소지한 이스라엘인 약 50만 명이 두 선거 모두에서 투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이스라엘 국기가 함께 합성된 선거 현수막
사진 설명, 텔아비브에 설치된 리쿠드당의 이 선거 현수막에서도 드러나듯,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동맹 관계를 강조해 왔다

이 단체의 마크 젤 회장은 이들이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를 비롯해 미국 내 접전 지역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젤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의 경우, 이스라엘에서 행사되는 부재자 투표 1만 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며 "이들이 실제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선거는 무엇보다도 정책적으로,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둘러싼 문제에서 더욱 긴밀하게 얽혀 있다.

올해 2월 시작된 대규모 공습으로 수많은 군사적 목표물이 파괴되고 이란 지도부가 대거 제거됐다. 하지만 결국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이란 정권은 현재 걸프 지역 전역에서 더 강하게 반격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및 이를 통과하는 전 세계 에너지 수송량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란 문제

선거가 치러진다는 사실 자체도 이미 양국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선거 운동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그는 이란의 핵 위협에 관해서도 새로운 주장을 내놓으며 이란 현 이슬람 정권을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목표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주도에 허를 찔리면서 크게 타격을 입은 '안보 지도자' 명성의 회복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두 사람이 이란에서 "조만간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하며 네타냐후 총리의 재선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전적인 발언과는 대조적으로,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미국에서 인기 없는 이 전쟁을 유권자들에게 다시 상기시키는 상황을 피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추가 공격을 제지했다는 상반된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공화당 소속 미시간주 상원의원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를 지지하는 유세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 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시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하는 등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란에 대한 공격은 두 선거가 끝나는 이후로 미뤄지는 것일까.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 이후 과도정부 총리로서 이란을 새롭게 공격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이렇게 된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끼리 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자신도 참여하는 국가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네타냐후는 오랫동안 이스라엘 정계에서 놀라운 생존력을 발휘해 온 인물로, 만약 그가 권력을 잃게 된다면 10월 7일 공격 이전 그의 행적에 대한 공식 조사는 물론 과거 부정부패 혐의와 관련된 법적 절차도 새롭게 진행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꽤 현실적이기에, 이미 현재 네타냐후의 경쟁자로 출범한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총사령관은 이미 어떠한 국가통합정부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모든 주류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젠코트 후보 역시 이란을 이스라엘에 대한 존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현 이슬람 정권에 대한 군사 행동을 지지한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확전은 공공연하게 반대해왔다.

'업적 남기기 모드'

물론 미국에서는 중간 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라는 제약에서 벗어난다면, 그리고 군사적으로 한 번도 밀어붙여 전쟁을 끝내려는 생각이라면, 이란을 더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란이 전쟁과 경제 제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약해진 만큼, 새로운 군사 공격이 시작된다면 이란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요구하며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는 지나친 낙관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거듭 실패했으나, 여전히 미 정가에서는 가능성 있는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다.

어느 노련한 서방 고위 외교관은 내게 "중간 선거가 끝나면 그(트럼프 대통령)는 '업적 남기기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수렁이 아니라면 그 어느 분야에서든 자신이 주도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할 것입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이란의 위협과 이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정당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내각이 구성된다면, 이란 공격과 정치적·개인적 이해관계가 덜 얽힌 총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이스라엘에 잘못된 지도자, 즉 네타냐후 이외의 인물이 집권한다면 미국이 이 일을 직접 해야 할 텐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22일 예루살렘의 마하네 예후다 시장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
사진 설명,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선거 운동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미국 내 분석가들 못지않게 미국의 여론 조사 결과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선거 이후 이란을 새롭게 공격한다면 이란이 강력하게 보복하며 중동이 새로운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란 당국자들은 공개적으로나 비공개적으로나 공항·송유관·해저 케이블·에너지 및 담수화 시설은 물론 미군 기지와 군함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만약 자신들을 새롭게 공격한다면 "민간인의 생명과 모든 역내 국가의 안녕, 세계 경제를 큰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경제다?

한편 두 선거 모두 국제 경제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미 중간 선거를 지배하는 쟁점은 생활비와 물가다. 이러한 경제 문제는 트럼프의 전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옥죄면서 각종 물가가 오르며 더욱 악화했다.

이스라엘에서도 유권자들이 높은 물가와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기에 경제는 무시할 수 없는 선거 쟁점이다. 여기에서도 전쟁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국방비가 급증하면서 국가 재정의 부담도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면 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대러 제재를 일부 해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별 다른 소득은 없었다.

또한 목소리를 높이며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나, 이 또한 별 다른 소득이 없다.

그리고 대통령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전략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 내 분노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주 비판해 온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싶다면,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큰 호의를 베풀게 아니라 이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투표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설명,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여러 주에서는 이미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더불어 이번 이란 전쟁이 불러온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당을 막론했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 압둘 엘-사예드 후보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 삭감을 아예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돈은 받아 가면서, 우리가 싸워서는 안 될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동맹국은 진정한 동맹국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애초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탄도 미사일을 파괴하고, 핵 능력 및 대리 조직에 대한 지원 능력을 망가뜨리고, 심지어 정권을 전복하고자 이란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 전쟁의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바뀌었다.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내 좌파 성향의 브래드 랜더는 투표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방문하기까지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올리브 수확을 돕고, 이스라엘군에 잠시 체포되기도 했는데, 이 모든 일이 그의 SNS 선거 운동에 좋은 소재로 쓰였다.

이는 미국 정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모습이다.

심지어 네타냐후 총리조차도 이스라엘이 앞으로는 미국의 안보 보호막 없이 생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총선 앞두고 텔아비브에서 최종 선거 유세에 나선 아이젠코트 후보
사진 설명, 야샤르당의 대표인 가디 아이젠코트 후보는 총선 후 국가통합정부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물론 네타냐후 총리가 패배한다면, 그의 퇴진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때로는 뜨겁고 또 차가웠던 이 브로맨스도 끝이 날 것이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를 "위대한 전사 같은 총리"라고 칭했으나, 올여름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진짜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타냐후의 후임은 임기 말에 접어든 미국 대통령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며, 이는 완전히 다른 역학 관계가 될 것이다.

만약 이번 선거 결과, 미국 민주당이 의회를 더 장악하게 된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조건적인 지지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의회는 전통적으로 군사비 지출을 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삭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상당한 행정 권한과 거부권을 지니기에, 자신이 판단하는 대로 분쟁을 계속 추진해나갈 수 있다.

올해 초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결심하며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상황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양국 유권자들이 앞으로 며칠 동안 내릴 선택에 따라 전 세계의 앞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상단 이미지 출처: 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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