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년간 DMZ에 지뢰 96만발 매설'… 지뢰로 '국경' 그었나?

사진 출처, 뉴스1
- 기자, 한상미
- 기자, BBC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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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024년 이후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가 100만발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군 당국은 10월 23일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2024년 이후 MDL 이북에 상당수의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계속되고 있는 '국경 요새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뢰와 방벽은 적대국 못박기용'
북한군의 지뢰 매설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이어진 일련의 조치로 평가된다.
선언이 '말'에 그치지 않고 지뢰와 방벽으로 '눈에 보이는 국경'이 되고 있는 것. 탈북을 막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남한을 '적대 국가'로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북한은 이후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2024년 4월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지뢰만이 아니다. 불모지 조성과 방벽 축조, 전술도로와 철조망 설치, 경의선·동해선 연결로 차단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 DMZ에 묻힌 지뢰는 그동안 한국 측 지뢰를 포함해 200만여발로 거론되어 왔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DMZ 지뢰 문제를 언급하며 총 지뢰 수를 "200만발"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 96만발이 200만여발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존 200만여발에 96만발이 더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뢰 수치를 읽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무 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에 "군 당국은 지뢰 매설 과정을 다 지켜봤을 것"이라며 "96만발이 MDL 이남에 묻은 것인지, 북측 움직임을 종합해 추산한 것인지 등부터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남에 묻었다면 언제, 어디까지, 어떤 종류를 묻었는지도 확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이번 지뢰 폭발 지점이 MDL에서 50m 안쪽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폭 2㎞인 DMZ에서 50m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거리인 만큼, 더 깊숙이 들어왔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지뢰와 방벽의 의미를 "군사적 효과보다 상징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탈북을 막는 동시에 남한을 '적대 국가'로 못 박는 장치라는 설명인데,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남한 영화를 본 주민을 처벌하기가 마땅치 않았지만 남측을 완전한 적으로 규정하면 "한류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울러 이 같은 조치가 주민들에게 주는 효과도 언급됐다. 그는 "남북관계 단절과 전쟁 위기를 강조해 내부에 위기를 조성하면 세뇌된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지뢰 매설과 방벽 설치, 그리고 김여정의 남부 국경 요새화 현장 시찰까지 모두 그러한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리일환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시찰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KCNA/Reuters
'선 넘은 지뢰'
문제는 북한군의 지뢰 매설이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MDL 이남 지역에서 북한군 지뢰가 폭발해 한국 군 장병이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북한이 MDL 이남에 지뢰를 묻은 것으로 의심되는 지대를 유엔군사령부가 현장조사할 수 있도록 25사단 장병들이 수색로를 내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DMZ에 묻은 지뢰 일부가 MDL 이남으로 넘어온 것으로 판단했다.
김성윤 합동참모본부 정보분석처장은 지난 5일 언론브리핑에서 "MDL 이남에서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수 개소로 식별된다"고 밝혔다.
또한 강신철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유용원 의원(국민의힘)이 "MDL 이남에만 수백 발 이상의 북한 지뢰가 매설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한 데 대해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 유용원 의원은 BBC에 "북한이 지난 2년여 동안 DMZ에서 100만발 가까이 지뢰를 매설했다는 것은 군사안보적 의미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특히 막대한 지뢰 매설 등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를 통해 "북한이 그동안 완충구역이었던 MDL 이북 비무장지대를 사실상 자기 영토로 편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그만큼 MDL 이남 북한 지뢰 제거 작업도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DMZ내 한국측 작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유 의원은 덧붙였다.
현재 한국 정부는 사고가 난 25사단 외에 추가로 북한 지뢰지대가 있는지 유엔사와 함께 특별조사를 진행 중이다.
북한군이 요새화 작업 등을 이유로 MDL을 반복해 넘으면서 긴장도 커지는 상황. 한국 군 당국은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북측은 이러한 조치가 북한군의 신변을 위협한다고 반발하며 대남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한 바 있다.
유엔사 'DMZ는 위험한 공간'
이런 가운데 스콧 윈터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호주 육군 중장)은 이번 지뢰 폭발과 관련해 "그 공간(DMZ)에서 우리가 어떤 활동을 수행하든 신중하고 철저한 계획과 헌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공개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팟캐스트 대담에서 "상황 격화나 도발로 비춰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사건 자체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 그러면서도 유엔사-북한군 채널로 하루 두 차례 소통하고 있는 만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명되면 "가능한 한 가장 단호한 방식으로 통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차지훈 주유엔대사 명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약 2쪽 분량의 서한을 보냈다. 이달 안보리 의장국은 그리스다.
서한에는 북한군이 묻은 지뢰로 폭발이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와 함께 이것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대화도 촉구했다.
한국 측은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회의에서도 발송 사실을 193개 회원국에 공유했다.
이동준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이 북한에 정전협정 준수와 대화를 촉구하자, 북측 대표는 "한국의 무모한 행태로 인해 북한 남쪽 국경을 따라 새로운 전쟁 위험이 만연하고 있다"며 "한국은 일방적으로 조작되고 사전 계획된 연극 같은 상황에 책임을 묻고 우리(북한)의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안보리 의장 승인을 거쳐 이날 15개 이사국에 회람됐고, 수일 내 안보리 웹사이트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다만 한국 정부 입장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절차일 뿐 별도 결의나 규탄 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때도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낸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