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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는 이제 옛말'... 미국 중간선거 후보들, 표심 잡기 위해 어떻게 옷 입었나
- 기자, 나딘 사드
- 기자, 미국 리포터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6 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 진출을 노리는 후보들은 정책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SNS시대를 맞아 후보들은 자신의 옷차림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후보들의 의상은 그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대중에게 호감을 주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유명인 스타일리스트인 조 지는 "정치인들은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내기 위해 옷을 입는다"며 "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어 보이는 동시에 자신이 대표하려는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래스카에서 텍사스까지, 선거 유세 현장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후보들을 살펴봤다.
지역을 닮은 옷차림
일부 후보들은 민주당 소속 마리 글루센캠프 페레즈처럼 편안하면서도 아웃도어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페레즈는 워싱턴주 제3선거구를 대표하는 하원의원이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했던 그는 2022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구에서 승리한 데 이어, 소상공인과 노동자 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앞세워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작업용 재킷과 플란넬 셔츠, 청바지, 실용적인 신발을 즐겨 입는다.
보수 성향의 공공정책 자문가이자 전직 의류업체 캐피톨힐 클로디어스 대표인 로버트 오드웨이는 페레즈가 '진정성과 자신의 출신 배경'을 옷차림에 가장 잘 녹여낸 후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무와 숲이 많고 야외 활동을 즐기는 분위기가 강한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이자 콘텐츠 제작자, 공공정책 전문가인 타시라 헤일야드는 페레즈의 스타일이 "노동계급을 대변한다는 메시지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알래스카의 경합 지역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 메리 펠톨라도 비슷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는 2022년 하원의원 취임 선서 당시 유픽(Yup'ik) 원주민 전통 신발을 신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의 투박한 아웃도어 스타일은 알래스카 쿠스코큄강에서 어선을 타고 일했던 과거와 '물고기, 가족, 자유'라는 선거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
보수 성향 작가이자 언론인인 보니 크리스티안은 플란넬 셔츠와 패딩 재킷, 원주민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세부 장식이 유권자들에게 펠톨라가 알래스카 토박이이자 원주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옷차림으로 드러내는 애국심
공화당 소속으로 아이오와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애슐리 힌슨처럼 한층 대담하고 애국적인 이미지를 선택하고 있는 후보들도 있다.
그의 옷차림은 단정하고 보수적이지만, 청바지와 반다나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전적인 요소를 일상적인 유세 복장에 활용한다.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힌슨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정책 결정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왔다.
그는 지난 6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예비선거 축하 행사에서 성조기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하이힐을 신었다.
헤일야드는 이 같은 차림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집회에서 선보이는 스타일을 연상시킨다며, 전형적인 미국식 애국심을 드러내는 것이라 평가했다.
그는 "성조기가 그려진 애슐리의 하이힐과 데님 원피스, 목에 두른 반다나와 선명한 빨간색 블라우스는 전형적인 미국적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옷소매에 애국심을 걸치고 다니겠다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인 보니 크리스티안은 힌슨의 옷차림에 "전략적인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단 몇 초 만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에,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데님 원피스와 빨간 반다나, 반짝이는 성조기 장식 신발은 모두 그가 농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공화당 후보라는 신호를 보낸다. 실제로 그는 그런 후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넥타이는 벗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다
한때 공화당의 확고한 텃밭이었던 텍사스는 이제 공화당의 대표적인 검사 출신 정치인 63세 켄 팩스턴과 민주당 소속 주의원 37세 제임스 탈라리코가 맞붙는 경합 지역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공화당 후보 대신 논란 속에 팩스턴을 지지했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두 후보는 편안한 블레이저와 카우보이 부츠를 착용하는 등 비슷한 옷차림을 선보이고 있다.
오드웨이는 "이제 선거 유세 현장에서는 양당 모두 넥타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후보는 진지해 보이기 위해 차려입고, 나이 든 후보는 친근한 이웃처럼 보이기 위해 격식을 내려놓는다"고 설명했다.
패션 평론가 프리드먼은 탈라리코가 수제작한 루케시(Lucchese) 카우보이 부츠를 신는 것은 텍사스의 다양한 유권자층에 다가가기 위한 매우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프리드먼은 "그 부츠에는 텍사스의 기호 체계에 깊이 뿌리내린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기호 체계란 기호와 그 해석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을 뜻한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루케시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다"며 "이 신발을 통해 정당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유권자층에 호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팩스턴의 옷차림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그의 옷차림에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유권자들에게 팩스턴의 업적에 주목하라고 촉구하면서, 그의 업적이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은 정장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생활비 부담이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팩스턴은 고가의 시계와 고급 호텔 체인 포시즌스 로고가 새겨진 폴로셔츠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쟁 후보에게서도 비판을 받았다.
애리조나주립대 패션디자인·머천다이징 연구소의 교수진으로도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 조 지는 "그가 고가의 시계와 포시즌스 폴로셔츠를 착용했다는 비판은 옷차림과 관련해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편안한 옷을 입었다고 해서 반드시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5성급 리조트 브랜드가 새겨진 폴로셔츠도 정장만큼이나 분명하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계의 브랜드와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액세서리 하나도 후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유니폼
프리드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유니폼 같은 옷차림은 매우 효과적인 도구라며, 전국적으로 자신을 알아보게 만드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자 테네시주 제7선거구 전 하원의원인 마샤 블랙번도 이러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그는 현재 테네시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블랙번 상원의원은 어깨선이 잡힌 재킷과 치마를 즐겨 입으며, 때로는 무늬가 있는 의상을 선택하기도 한다.
오드웨이는 과거 인디애나주 출신 상원의원의 입법 보좌관으로 일할 때 의회에서 블랙번을 마주칠 때마다 그가 "매우 단정하고 세련된 차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블랙번이) 항상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정치인으로 활동해 온 만큼, 유권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맞춰 옷을 입는 방식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결정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티안은 "그의 옷차림은 대체로 유행을 타지 않는다"며 "지난 30년 어느 시점에 공화당 여성 정치인들이 입었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한 옷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시간주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압둘 엘사예드도 일관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전직 하원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검은색 브이넥 티셔츠와 청바지다.
정치권 주류와 거리를 두는 진보 성향 후보인 그는 '정치에서 돈을 빼내고, 당신의 주머니에 돈을 넣겠다'는 선거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자신의 옷차림을 두고는 '최소한의 스타일, 최대한의 정치'라고 표현한다.
오드웨이는 이러한 스타일이 스타트업 창업자를 연상시킨다며, 도시 지역의 노동계층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지는 이러한 옷차림이 "정치인의 공식적인 등장에 따르는 의전과 격식을 상당 부분 덜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이 후보가 입은 옷이 아니라 후보가 하는 말에 집중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서도 "하지만 평범한 티셔츠 역시 하나의 이미지 전략이다.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모습도 의도적인 브랜딩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정치의 달인, 트럼프
프리드먼은 현재 미국에서 이러한 이미지 전략을 가장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물로 트럼프를 꼽았다.
영화와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도 늘 착용했던 그의 상징적인 파워 수트와 빨간 넥타이는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부터 구축된 이미지였다.
프리드먼은 "트럼프는 자신만의 굿즈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만의 옷차림도 갖고 있다. 이제는 내각 구성원 전원이 비슷한 옷을 입고 있고, 상원의원 절반도 그의 스타일을 따라 입는다. 이는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작동하는 상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 흰 셔츠를 입은 사람을 보면 '아, 트럼프 측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프리드먼은 2028년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 자신의 옷차림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정치인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늘날 정치의 상당 부분은 SNS와 TV를 통해 이뤄진다"며 "그만큼 시각적 메시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