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역사적 승리…공화당 텃밭 깊게 파고들었다

동영상 설명, 영상: 미국 중간선거 주요 순간들
    • 기자, 앤토니 저커
    • 기자, 북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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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크게 흔들렸다. 미국 정치에 앞으로 수년간 파장을 미칠 결과가 나온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공화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주들에서 민주당이 잇따라 상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캔자스주의 경우 거의 100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민주당의 거센 물결이 미국 전역을 휩쓸면서 공화당은 권력을 잃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절반가량 지난 가운데, 민주당은 연방 하원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고 상원 다수당 지위도 되찾았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고 행정부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역사상 세 번째 탄핵 추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양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과 함께 백악관에 복귀한 직후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여론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은 하원 탈환을 기대했었지만 상원 선거에서는 조금 달랐다. 불과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주들이 포함돼 있어 민주당에 불리한 선거 구도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텍사스와 메인, 캔자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며 정치 지형을 뒤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BBC의 미국 협력사 CBS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내 민주당 의원들과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마지막 2년 동안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야구 모자를 올리고, 모자에 '거부권(VETO)'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으며 앞선 발언과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선거에 자신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올라 있지 않았지만, 만약 출마했다면 공화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 상당수를 직접 지지했으며,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재선에 도전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투표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텍사스주 신임 연방 상원의원 제임스 탈라리코와 신임 주지사 지나 이노호사가 선거 승리를 자축하며 건배하고 있다.
사진 설명, 텍사스주 신임 연방 상원의원 제임스 탈라리코와 신임 주지사 지나 이노호사가 선거 승리를 자축하며 건배하고 있다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최소 6석을 가져오며 여유 있게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캔자스주에서는 애덤 해밀턴이 승리했다. 캔자스주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당선된 것은 대공황 시기인 거의 100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텍사스주에서는 제임스 탈라리코가 공화당 소속 켄 팩스턴을 꺾었다. 이로써 민주당은 텍사스주 주 단위 선거에서 38년 동안 이어진 연패를 끊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애니 앤드루스가 대린 그레이엄을 꺾었다. 그레이엄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사망한 뒤 해당 의석에 임명됐던 인물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분석가는 거의 없었다.

5선의 공화당 소속 수전 콜린스는 메인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트로이 잭슨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패럴림픽 선수 출신 조시 터렉은 은퇴하는 공화당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이 보유했던 아이오와주 의석을 민주당으로 가져왔다.

오하이오주에서도 셰러드 브라운이 존 허스테드를 꺾고 재기에 성공하면서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상원 의석을 탈환했다.

한편 미시간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압둘 엘사예드가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를 꺾으며 치열했던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선거 참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텍사스주 주지사 선거에서도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민주당 후보 지나 이노호사가 현직 공화당 주지사 그레그 애벗을 꺾었다. 애벗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던 후보였다.

민주당은 아이오와와 오하이오,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특히 조지아주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주지사에 당선됐다.

한편 민주당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하원 다수당 지위도 되찾았다.

민주당은 하원 245석, 공화당은 16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개표 행사에서 결과를 지켜보는 민주당 소속 트로이 잭슨 상원의원 후보 지지자들
사진 설명, 메인주의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배경은 주요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민주당은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아이오와, 켄터키, 콜로라도 등에서 하원 의석을 공화당으로부터 가져왔다. 버지니아와 인디애나주에서도 추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부 지역에서는 흑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기록적인 규모로 투표에 참여하며 민주당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히스패닉 유권자들도 대거 민주당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히스패닉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텍사스주와 멕시코 국경을 맞댄 지역의 연방 하원 선거구 3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플로리다주에서도 민주당이 하원 의석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공화당은 선거구 경계를 재조정해 해당 지역구에서 민주당 의석을 빼앗으려 했었다.

실제로 지난해 수개월 동안 주요 뉴스의 중심에 섰던 연방 하원 선거구 재획정 경쟁은 공화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은 텍사스주에서 선거구 경계를 조정해 자당 의석을 5석 늘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지시간 3일 선거 결과 오히려 1석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보수 진영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플로리다주 전체의 정치 성향은 여전히 우파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애슐리 무디 상원의원은 근소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바이런 도널즈도 당선돼 플로리다주 최초의 흑인 주지사가 됐다.

고전하던 공화당 후보들은 버몬트주와 뉴햄프셔주에서는 주지사직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거둔 승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불과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48%의 득표율로 승리하며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마치 확고한 국민적 위임을 받은 것처럼 국정을 운영했다. 무역과 이민 분야에서 때로는 인기가 없는 정책을 밀어붙였고, 미국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란과의 전쟁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쉽게 잊히지 않을 만큼 뼈아픈 심판을 내린 셈이다.

동영상 설명, BBC는 미국 전역의 유권자들에게 오늘 투표소에 나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