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중간선거 패배에 공화당원들, 트럼프 탓하며 분노

    • 기자, 다니엘 부시
    • 기자,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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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3일 밤(현지시간), 예상 밖의 선거 결과에 충격에 빠졌던 공화당 내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터져 나왔다.

텍사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 민주당이 잇따라 이변을 일으키자, 일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는 데만 집중하고 유권자들의 우려에는 무관심했던 탓에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잃었다는 것이다.

텍사스의 공화당 유력 로비스트인 빌 밀러는 BBC에 "모든 책임은 트럼프에게 있다.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이번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거부"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참사다.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집권당에 불리한 선거 환경 속에서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원들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 없는 정책과 낮은 국정 지지율, 워싱턴의 건설 사업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당의 패배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미네소타주의 공화당 전략가 그레그 페핀은 "실수가 끊이지 않았다"며 "여러 주에서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정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란 전쟁과 관세 정책,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을 둘러싼 국민들의 불만이 겹치면서 11월 선거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 데 대한 불만이 뚜렷하게 감지된다"며 그중 상당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극도로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공화당 관계자와 선거 캠프 관계자, 백악관 측 인사 등 12명과 인터뷰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대응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놓기 위해 익명을 전제로 의견을 밝혔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2022년 중간선거 당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당은 하원에서 단 9석을 잃고 상원에서는 오히려 1석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번에도 공화당이 이처럼 선전했다면 2028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행정부를 조사하고, 사법부 인사 지명을 저지하며, 남은 국정 과제의 추진을 가로막으려는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의회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중간선거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공화당 역시 트럼프 이후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전국위원인 스티브 셰플러는 선거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중간선거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일부 발언을 다르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 밤 대부분 침묵을 지키다가,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승리한 것으로 확정된 뒤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그는 "나는 이번 선거의 후보가 아니었다. 내가 출마했다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을 것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이번 선거 결과가 "조금 놀라웠다"면서도,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많다고 강조했다.

1934년 이후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의석을 늘린 경우는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의석 증가 폭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은 하원 선거와 주지사 선거, 상원 선거에서 수십 개의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는 수십 년간 민주당이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던 지역도 포함됐다.

이번 선거 전까지 민주당은 캔자스주에서 1932년 이후 단 한 번도 연방 상원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텍사스주에서도 30년 넘게 주 전체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또한 민주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도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 이들 지역은 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두고도 공화당의 승리가 확실시됐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수십 차례 유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요 슈퍼팩(정치자금 모금·지출 단체)인 '마가(MAGA Inc.)' 역시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수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공화당의 선거 패배를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역대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대체로 불리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조지아와 미시간, 텍사스 등 주요 경합주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것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텍사스주의 한 공화당 관계자는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켄 팩스턴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을 통틀어 전국에서 최악의 상원 선거운동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팩스턴 후보의 선거 캠프가 유권자 집 10만 곳이라도 직접 방문했다면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팩스턴 후보를 꺾고 승리한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에 대해서는 "훌륭하고 영리한 선거운동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일부 공화당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을 유세 일정이 충분했다며 그를 옹호했다.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운영하는 동시에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도 나서야 했다는 것이다.

미시간주 공화당 청년위원장인 크리시 마트라니는 "그는 대통령이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선거운동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트라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가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열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탁월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후보로 나서지 않는 선거에서는 그의 강력한 지지층 결집 전략이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26년 중간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경제 상황이 나아졌으며, 이란과의 전쟁에서도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을 극단적인 사회주의 세력으로 몰아가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역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로이 쿠퍼 등 중도 성향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쿠퍼 후보의 선거 캠프 관계자는 "쿠퍼에게는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며 "그를 사회주의 성향의 진보 정치인으로 몰아가려 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당시 의회 내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 준비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이란과의 전쟁에, 국내에서는 워싱턴의 대대적인 시설 개보수 사업에 몰두했다. 여기에는 현재 건설 중인 백악관 연회장과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의 헬기 착륙장, 인근 골프장 보수 공사, 알링턴 국립묘지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기념 아치, 케네디센터 개보수 사업 등이 포함됐다.

여러 관계자들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에 백악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경기와 같은 행사가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보다 자신을 위한 축하 행사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 상승의 심각성을 거듭 축소해 설명했고, 생활비 부담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만들어낸 거짓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9월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였다.

그러나 전당대회 개최 자체가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공화당은 수십 년간 중간선거를 위한 별도의 전당대회를 열지 않았으며, 유권자들이 행사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도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댈러스에서 열린 전당대회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중심으로 진행됐다. BBC와 인터뷰한 일부 공화당 관계자들은 중간선거에 출마한 당 후보들을 부각하고 싶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불만을 느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서없이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미국인들에게 1인당 5000달러(약 72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켄 팩스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그의 카리스마 부족과 외모를 길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텍사스주 공화당 전국위원인 로빈 암스트롱은 트럼프 대통령의 팩스턴 후보 비판에 대해 "분명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지 막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그저 그런 발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당대회는 TV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민주당은 곧바로 행사가 실패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텍사스주 민주당 사무총장인 테리 버크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공화당에 역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선거를 몇 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지원 유세에 나선 뒤에도 연설의 핵심 메시지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존 허스테드의 체격을 칭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압둘 엘사예드 후보를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자)'라고 불러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유세를 벌이는 동안, 백악관은 워싱턴에서 잇따라 불거진 논란에 시달렸다.

케이티 자카리아 백악관 대변인은 임명된 지 불과 닷새 만에 경질됐고, 킴벌리 길포일 주그리스 미국 대사는 한 후원자에게 자신의 신용카드 빚을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러시아산 경유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해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계약은 의회 의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정이었으며, 일부 공화당원들의 비판을 불러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 법안에 서명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뤄진 계약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민주당은 이 계약을 비롯해 백악관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의회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야 하는 이유로 내세웠다. 이러한 메시지는 결국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며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백악관과 가까운 또 다른 인사는 공화당의 패배가 점점 분명해지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참모들이 선거 막판까지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이제 선거 패배의 원인을 되짚고 있는 공화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2028년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이오와주의 공화당 전국위원인 스티브 셰플러는 "JD 밴스든, 마코 루비오든, 테드 크루즈든 우리에게는 유력한 차기 주자들이 꽤 많다"며 "누가 후보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는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전략가 그레그 페핀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공화당에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진심으로 트럼프 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의제와 목표를 중심으로 당이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