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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간선거, 공화당이 참패한 5가지 이유
- 기자, 제이크 래펌
- 기자, BBC 뉴스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지난 3일에 치뤄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중간선거에서는 통상 '집권당'이 고전한다. 하지만 이번 공화당의 패배는 그 규모로 볼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년 국정 운영에 대한 강력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표자들의 분노와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 공화당이 대거 의석을 잃은 다섯 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1. 치솟는 생활비
미국 전역에서 투표자들은 치솟는 생필품 가격에 시달려왔다. 주요 격전지에서도 물가 상승에 대한 분노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투표자는 선거 전 BBC에 "기름값도, 식료품값도, 모든 게 다 오르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공화당 대신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연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초 미국의 평균 경유 소매가격은 9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갤런당 6.52달러(약 8700원)에 육박했다.
투표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는 지난 1년간 물가 상승으로 본인과 가족이 심각하거나 어느 정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은 평소보다 높은 물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때문이라고 답했다.
2. 지지율이 낮았던 이란 전쟁
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란 전쟁이었다.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연료 가격이 치솟았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오가는 핵심 수송로가 막힌 것이다.
이후 미국 투표자들은 주유할 때마다 그 여파를 체감해왔다.
이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인 대다수가 부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사이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더는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어겼다는 인식이 있었다.
투표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선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답했다.
또 투표자의 74%는 이번 전쟁이 상·하원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 데 결정적이거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 아침 전쟁이 패배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다만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3. 민주당의 일관된 '민생 메시지'
민주당이 이처럼 광범위한 지역에서 압승을 거둔 데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의 역할이 컸다. 특히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이들의 진정성이 투표자들에게 통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생활비 부담과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사 출신 제임스 탤러리코와 목사인 애덤 해밀턴은 자신의 신앙에 관한 이야기로 각각 텍사스와 캔자스 투표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민주당의 애니 앤드루스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앤드루스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미국인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가 호응을 얻었다.
공중보건 당국자 출신인 압둘 엘사예드는 미시간에서 승리하며 민주당 의석을 지켰다. 그는 "정치에서는 돈을 빼고, 여러분의 주머니는 채우겠다"는 구호를 핵심 메시지로 내걸었다.
조지아에서 재선에 성공한 존 오소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생활비와 부패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승리한 주에서 39세인 오소프가 여유 있게 승리하면서, 그의 2028년 대선 출마설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폭스뉴스에 민주당이 "잘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텍사스의 켄 팩스턴 등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투표자들의 관심사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등 선거운동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4. 공화당 발목 잡은 트럼프의 '낮은 지지율'
투표자들의 불만이 가장 컸던 두 사안, 물가 급등과 이란 전쟁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직결된 문제였다.
공화당 투표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2024년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일부 주에서도 공화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자신이 출마한 선거라고 생각하고 투표해달라고 독려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서온 트럼프의 이름값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표자들의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신을 공화당 선거운동의 중심에 내세운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고, 결국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둔 몇 달간 여론조사에서는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가 급등에 대한 자신들의 우려를 더 신경 써주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자신의 뒤편에 있는 리플렉팅 풀의 보수 공사에 관해 장시간 이야기했다. 이 공사는 논란을 빚어온 사업이다.
5. 다시 돌아선 히스패닉·흑인 투표자들
2년 전 대선에서는 일부 히스패닉과 흑인 투표자들이 공화당으로 돌아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그 흐름이 반대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을 따라 히스패닉계 주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하원 선거구 세 곳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히스패닉계 주민이 과반인 카운티에서는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들의 득표율이 2024년 대선 당시 공화당 득표율보다 22%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데이터 전문기자 제프 애덜슨은 미국의 주요 인구집단 가운데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민 단속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6%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흑인 주민이 과반인 카운티에서도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크게 강해졌다.
미시시피에서는 상원의원 선거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시시피는 흑인 투표자 비중이 약 37%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주다.
스콧 콜롬이 승리하면 1982년 이후 미시시피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이 당선된다.